경제 뉴스 실험실
1년 동안 지우는 매달 헤드라인 하나를 골라 숫자의 뜻을 따졌다. 성장률, 물가, 고용, 경상수지, 국가채무, 기준금리, 환율. 하나씩 읽을 때는 따로 놀던 숫자들이 사실은 한 경제 안에서 서로 밀고 당긴다. 이 장은 그 숫자들을 작은 경제 모형 하나에 묶어 직접 충격을 넣고 금리를 정해 보는 실험실이다. 실험이 끝나면 모형이 만든 가상 헤드라인을 읽고, 결과를 내 가계부로 옮기고, 지우의 1년 노트를 덮는다.
- 유가·수출·세계 금융·재정·미국 금리·국내 수요 충격이 성장·물가·금리·환율·실업·집값으로 번지는 순서와 크기를 모형으로 비교할 수 있다.
- 테일러 준칙으로 정한 금리와 내가 직접 그린 금리 경로가 어떤 결과의 차이를 만드는지, 수요 충격과 공급 충격에서 왜 처방이 달라지는지 설명할 수 있다.
- 숫자로 된 헤드라인을 "언제 기준인가, 무엇과 비교했나, 누가 쟀나"로 읽고, 빠진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 경제 전체의 움직임을 내 대출 이자·ETF·달러 지출·구매력의 숫자로 옮기고, 전망 대신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다.
1년 뒤, 다시 첫 장
2025년 10월, 지우는 "3분기 성장률 반등"이라는 기사 한 줄을 노트에 붙이며 시작했다. 그때 외삼촌 백정호가 건넨 질문은 셋이었다. 언제 기준인가, 무엇과 비교했나, 누가 쟀나. 1년이 지난 2026년 10월, 노트에는 열두 개의 헤드라인과 그 숫자를 다시 계산한 메모가 쌓였다. 마지막 장을 펴며 지우가 적은 질문은 이것이다. "따로따로 읽은 숫자들을 한 그림에 놓으면 어떻게 움직일까. 그리고 그 그림으로 3년 안에 집을 살지 말지를 정할 수 있을까."
앞의 열세 장은 숫자를 하나씩 해부했다. 3장은 성장률을, 6장은 물가를, 9장은 기준금리가 퍼지는 길을, 10장은 환율을 다뤘다. 실제 경제에서는 이 숫자들이 동시에 움직인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원화가 강해지고, 집값이 눌리고, 몇 분기 뒤에는 일자리가 줄어든다. 어느 하나만 보고 쓴 기사는 그림의 한 귀퉁이만 보여 준다.
이 장의 순서는 이렇다. 먼저 2026년 10월 현재 손에 쥔 숫자들을 계기판에 올리고, 숫자마다 기준 시점이 얼마나 다른지 본다. 다음에 작은 경제 모형의 설계도를 읽고, 충격 하나를 넣어 보는 작은 실험을 한 뒤, 여섯 가지 충격과 두 가지 금리 결정 방식을 마음대로 섞는 큰 실험실로 들어간다. 실험 결과로 가상 헤드라인을 만들어 읽고, 내 가계부로 옮기고, 마지막으로 1년 노트를 결산한다.
2026년 10월의 계기판
실험 전에 출발점을 확인한다. 아래 표는 2026년 10월 9일 기준으로 지우가 손에 쥔 최신 숫자다. 같은 "최신"이라도 숫자마다 잰 기간이 다르다. 환율과 주가는 어제 하루의 값이고, 물가와 수출은 지난달, 고용과 경상수지는 두 달 전, 성장률은 석 달 넘게 지난 2분기, 국가채무는 작년 한 해의 값이다.
| 지표 | 최신값 | 무엇과 비교했나 | 잰 기간 · 발표 |
|---|---|---|---|
| 기준금리 | 연 3.00% | 수준(7월 2.50→2.75%, 8월 2.75→3.00%) | 2026-08-27 결정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다음 회의 10-22 예정 |
| 소비자물가 상승률 | 2.9% | 전년 같은 달 대비(8월 3.1%).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2.7% | 2026년 9월 · 국가데이터처, 10-02 발표 |
| 실질 GDP 성장률 | 0.6% / 3.7% | 전 분기 대비 / 전년 같은 분기 대비 | 2026년 2분기 · 한국은행, 잠정 09-08(속보 07-23과 같음) |
| 실업률 | 2.0% | 원계열(계절조정 전), 전년 같은 달과 같음. 고용률(15~64세) 70.4% | 2026년 8월 · 국가데이터처, 09-09 발표 |
| 원/달러 환율 | 1,338.5원 | 주간거래 종가(전날보다 1.9원 하락) | 2026-10-08 · 서울외환시장(10-09 휴장) |
| 수출 | 1,209.4억 달러 | 전년 같은 달 대비 +83.5%. 반도체가 49.9% | 2026년 9월 · 산업통상부, 10-01 발표 |
| 경상수지 | 461.1억 달러 흑자 | 월간 금액(역대 2위, 40개월 연속 흑자) | 2026년 8월 · 한국은행, 10-08 발표 |
| 국가채무(D1) | GDP 대비 49.0% | 1,304.5조원, 중앙+지방. 2026년 본예산 기준 전망은 51.6% | 2025 회계연도 · 재정경제부 국가결산, 2026-04-06 |
| 외환보유액 | 4,405.6억 달러 | 전월 말 대비 −17.2억 달러 | 2026년 9월 말 · 한국은행, 10-06 발표 |
| KOSPI(시장 데이터) | 6,625.93 | 종가, 전날보다 −2.62% | 2026-10-08 · 한국거래소. 매일 바뀐다 |
(출처: 표의 각 기관 발표. 공식 발표를 인용한 보도로 교차 확인한 값이며 원자료 대조는 출판 전에 다시 한다. 확인일 2026-10-09)
표의 오른쪽 칸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숫자의 나이가 보인다. 아래 그림에서 막대는 그 숫자가 잰 기간, 점은 발표일이다. 막대 끝에서 점까지의 거리가 "재고 나서 알려지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세로선 '오늘'을 왼쪽으로 끌어 과거의 어느 날로 돌아가 본다. 그날 지우가 알 수 있었던 숫자와 아직 몰랐던 숫자가 갈린다.
숫자의 나이: 잰 기간과 발표일
숫자마다 기준 시점이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같은 날 신문에 실린 "성장률"과 "물가"와 "환율"은 서로 다른 달의 경제를 말한다. 2026년 10월 9일에 우리가 아는 성장률은 4~6월의 것이고, 7~9월의 성장률은 10월 하순 한국은행 속보치가 나와야 안다. 그사이 환율과 주가는 매일 바뀌었다. 경제를 운전하는 사람이 보는 계기판은 대부분 몇 달 늦은 계기판이고, 그래서 중앙은행은 지금의 숫자가 아니라 앞으로의 숫자를 짐작하며 결정한다(8장).
작은 경제의 설계도
실험실의 모형은 분기마다 여섯 개의 숫자를 함께 굴린다. 산출 갭(Output gap)은 실제 생산이 무리 없이 낼 수 있는 수준(잠재 GDP)보다 몇 % 많거나 적은지다(4장). 양수면 경기가 과열 쪽, 음수면 침체 쪽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 기준금리, 원/달러 환율, 실업률, 집값 상승률이 붙는다. 그림 1은 이 숫자들이 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그린 설계도다.
모형의 핵심은 식 세 개다. 첫째, 경기의 온도는 지난 분기의 온도를 상당 부분 이어받고, 실질금리가 중립 수준보다 높으면 식는다. 재정 지출과 수요 충격은 데우고, 원화 약세는 수출을 거쳐 조금 데운다.
둘째, 물가는 관성이 있어 지난 분기를 따라가면서도 목표(2%) 쪽으로 끌려간다. 경기가 뜨거우면 오르고, 원화가 약해지거나 유가가 오르면 그 분기에 바로 오른다. 이것이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이다.
셋째, 금리는 테일러 준칙(Taylor rule)을 따라 정해진다. 물가가 목표보다 1%p 높으면 금리를 1.5%p, 산출 갭이 1%p면 0.5%p 높이는 것이 '준칙 금리'이고, 실제 금리는 한 번에 그곳으로 뛰지 않고 매 분기 거리의 30%씩 다가간다(금리 평활화). 직접 경로 모드에서는 이 식 대신 독자가 그린 금리가 쓰인다.
나머지는 이 셋에 매달린다. 환율은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더 오르면 원화 강세 쪽으로(1%p에 1.5%), 세계가 불안하면 원화 약세 쪽으로 움직인다. 실업률은 산출 갭 1%p에 0.4%p씩 반대로 움직이고(오쿤의 법칙(Okun's law), 5장), 집값 상승률은 경기가 좋으면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내린다.
준칙이 어떤 금리를 내놓는지 먼저 손으로 확인한다. 아래 그래프의 점을 좌우로 끌어 물가 상승률을 바꾸고, 산출 갭과 중립금리 가정을 바꿔 본다.
테일러 준칙 계산판: 물가와 경기로 정하는 금리
준칙에서 기억할 것은 기울기 1.5다. 물가가 1%p 오를 때 금리를 1%p만 올리면 실질금리는 그대로라 경기를 식히지 못하고, 1%p보다 덜 올리면 오히려 실질금리가 내려 경기를 데운다. 그래서 물가 상승률보다 금리를 더 크게 움직여야 한다는 원칙을 테일러 원칙(Taylor principle)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준칙의 재료 가운데 산출 갭과 중립금리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위의 중립금리 슬라이더를 0.5%p만 움직여도 권고 금리가 같은 폭으로 움직인다. 중앙은행이 준칙을 참고하되 기계적으로 따르지 않는 이유다.
같은 물가 상승, 다른 처방: 수요 충격과 공급 충격
큰 실험실로 가기 전에 충격 하나만 넣어 본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충격에는 두 종류가 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사려고 해서 오르는 수요 충격(Demand shock)과, 원유처럼 생산비가 올라서 오르는 공급 충격(Supply shock)이다. 수요 충격에서는 경기도 뜨겁고 물가도 높으니 금리를 올리면 둘 다 진정된다. 공급 충격에서는 물가는 높은데 경기는 식는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는 잡히지만 경기가 더 식는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겹친 상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고, 중앙은행이 가장 곤란해하는 자리다.
아래 그래프는 가로축에 산출 갭, 세로축에 물가 상승률을 놓고 12분기 동안 경제가 지나간 길을 그린다. 가운데 십자(산출 갭 0, 물가 2%)가 목표 지점이다. 실선은 테일러 준칙으로 금리를 정했을 때, 점선은 금리를 그대로 두었을 때의 길이다. 아래 시간 막대를 끌어 분기를 옮긴다.
경기와 물가의 길: 금리를 움직일 때와 그대로 둘 때
EC.economy. 수요 충격은 산출 갭 +1%p, +0.6%p, +0.3%p를 세 분기에 걸쳐, 유가는 30%, 10%를 두 분기에 걸쳐 넣는다. 교육용 가정이다.)두 충격의 차이는 그래프의 모양으로 남는다. 수요 충격의 길은 오른쪽 위에서 십자로 대각선을 그리며 돌아오고, 금리 대응은 그 거리를 줄인다. 공급 충격의 길은 위로 튄 뒤 왼쪽으로 휘는 고리를 그리고, 금리 대응은 위아래 거리를 줄이는 대신 좌우 거리를 늘린다. 유가가 크게 오른 해의 금리 결정 기사가 유독 "딜레마"라는 말을 많이 쓰는 이유가 이 고리에 있다. 이 모형에서 유가 충격은 한두 분기 지나면 사라지므로, 중앙은행이 일시적인 유가 상승을 "지켜보는" 선택에도 근거가 있다. 다만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따라 오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6장).
실험실: 작은 경제를 돌린다
이제 모든 손잡이를 한꺼번에 준다. 위쪽 띠에서 충격을 하나 고르고 크기를 정한다. 금리 결정 방식은 두 가지다. 준칙 자동은 앞에서 본 테일러 준칙이 분기마다 금리를 정한다. 직접 경로는 독자가 금리위원이 되어 큰 그래프의 점을 위아래로 끌어 분기마다 금리를 정한다. 아래 여섯 칸은 같은 시간축 위의 산출 갭, 물가, 실질금리, 환율, 실업률, 집값 상승률이다. 어느 그래프 위에서든 손가락이나 마우스를 옮기면 모든 칸의 세로선이 같은 분기로 따라온다.
출발점은 모형의 균형이다. 산출 갭 0, 물가 2%, 기준금리 2.25%(이 모형의 중립금리)에서 시작해 충격 하나의 효과만 떼어 본다. 실제 2026년 10월의 기준금리(3.00%)나 물가(2.9%)에서 출발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모형이 "앞으로 금리는 이렇게 간다"는 전망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환율 칸만은 읽기 쉽게 2026년 10월 8일 종가 1,338.5원을 출발값으로 두고 모형의 % 변화를 곱했다.
작은 경제 실험실: 충격 × 금리 결정 → 3년
EC.economy, 분기 단위. 계수는 아래 '모형의 가정'. 충격은 한 번 들어오고 모형의 관성으로 사라진다. 출발점은 균형이며 실제 경제의 전망이 아니다.)여러 번 돌려 보면 세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첫째, 순서다. 환율과 금리는 충격이 온 분기에, 물가와 산출 갭은 그다음 한두 분기에, 실업률과 집값은 그 뒤를 따라 움직인다. 9장의 월별 연결판과 같은 순서가 분기 단위에서도 보인다. 둘째, 되먹임이다. 금리가 오르면 환율이 내리고(원화 강세), 그것이 수입물가를 낮춰 다음 분기의 금리를 덜 올리게 한다. 충격이 사라지는 속도는 충격 자체보다 경제의 관성과 정책 대응이 정한다. 셋째, 한계다. 금리는 0% 아래로 거의 내려가지 못하고, 너무 높게 오래 두면 물가를 잡는 대신 경기와 집값과 일자리를 함께 무너뜨린다. 직접 경로로 극단을 그려 본 독자는 금리위원의 결정이 왜 0.25%p 단위로 조심스러운지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실험을 더 해 보고 싶다면 아래 목록을 차례로 돌려 본다. 각 실험은 앞 장의 한 질문에 답한다.
- 미국 금리 인상, 준칙 자동한국 경기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원화가 약해지고 물가가 오른다. 준칙은 금리를 조금 올린다. 2026년 9월 연준의 인상 뒤 원/달러가 오히려 1,300원대로 내려온 실제와는 다르다. 현실에서는 수출 호조와 위험 선호 같은 다른 힘이 함께 움직였다(10장).
- 수출 호황 vs 재정 확대둘 다 경기를 데우지만 수출 호황은 원화 강세를 함께 가져와 물가 압력이 덜하다. 같은 크기의 경기 부양이라도 어디서 왔는지에 따라 금리의 몫이 다르다(11장, 12장).
- 재정 확대 + 직접 경로로 금리 동결금리가 따라 오르지 않으면 재정의 효과가 더 크고 길다. 재정 승수가 통화정책의 대응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12장).
- 세계 금융 불안, 크기 3환율이 20% 가까이 뛴다. 1997년과 2008년처럼 외화가 빠져나갈 때의 모습을 아주 단순하게 흉내 낸 것이다. 실제 위기에서는 이 모형에 없는 신용 경색과 뱅크런이 더해진다(13장).
- 유가 급등, 금리 동결 vs 준칙금리를 그대로 두면 물가가 목표 위에 더 오래 머물지만 경기는 덜 식는다. 위의 수요·공급 충격 그래프에서 본 고리를 여섯 칸에서 다시 본다(6장).
- 충격 없음 + 직접 경로로 금리 1%p 인상 후 유지9장의 '기준금리 1%p 인상'을 분기 모형으로 다시 돌린 셈이다. 물가가 가장 늦게, 가장 천천히 내려온다(9장).
헤드라인 생성기: 모형이 쓴 기사를 읽는다
실험이 끝나면 숫자가 남는다. 숫자가 남으면 누군가 헤드라인을 쓴다. 아래 생성기는 방금 돌린 실험의 숫자에서 가장 크게 움직인 네 개를 골라 기사 제목을 만든다. 모두 이 책의 모형이 만든 가상 헤드라인이며 실제 기사나 실제 통계가 아니다. 그런데 일부러 한 가지씩 빼먹고 썼다. 백정호의 세 질문 가운데 어느 것에 답하지 못하는 제목인지 고른다.
모형이 만든 가상 헤드라인: 빠진 것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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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은 위 실험실의 설정이 바뀔 때마다 새로 만들어진다. 왼쪽 그래프의 번호는 각 헤드라인의 숫자가 나온 분기다.
생성기가 일부러 빼먹은 세 가지는 실제 기사에서도 자주 빠진다. 제목은 짧아야 하므로 "전년 동월 대비"나 "속보치"는 본문으로 밀려나고, 출처는 기사 끝에 붙는다. 가장 위험한 것은 세 번째 질문이다. 위의 제목들은 모형의 계산인데, 출처를 빼면 실제 통계처럼 읽힌다. 경제 기사에는 실적(이미 일어난 일을 잰 숫자)과 전망(누군가의 모형이 계산한 숫자)이 함께 실린다. "내년 성장률 ○%"는 실적이 아니라 어느 기관의 모형이 낸 값이고, 기관마다 다르며, 시간이 지나면 고쳐진다.
내 가계부에 옮기기
경제 전체의 숫자는 결국 가계부의 숫자로 내려온다. 아래 계산판은 위 실험실에서 마지막으로 돌린 경로를 받아, 대출 금액과 금리 재산정 주기, ETF 평가액과 그 가운데 달러 자산의 비중, 한 달 달러 지출을 넣으면 분기마다 무엇이 바뀌는지 보여 준다. 처음 값은 지우의 숫자다. 전세대출 1억 4,000만원(6개월마다 금리 재산정), 지수 ETF 평가액 1,200만원, 월 실수령 320만원. 독자의 숫자로 바꿔 넣어도 된다.
계산은 세 갈래다. 대출 이자는 기준금리 변화의 90%가 재산정일에 내 금리로 옮겨 온다고 본다(9장의 가정). ETF는 국내 지수 부분과 달러 자산 부분을 나눈다. 국내 지수는 금리가 1%p 오르면 3% 내리고 산출 갭 1%p에 2% 오른다고 가정하고(교육용), 달러 자산은 달러 값이 그대로일 때 환율 변화만큼 원화 평가액이 바뀐다고 본다. 구매력은 모형의 물가 상승률로 월 실수령액의 실질 가치를 계산한다(월급은 그대로라고 가정).
실험실의 경로를 내 가계부로: 이자 · ETF · 달러 지출 · 구매력
계산판에서 가장 크게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었나. 대부분의 실험에서 월 이자의 변화는 몇만 원 단위로 작고 확실하며 재산정일에 맞춰 온다. ETF 평가액의 변화는 그보다 훨씬 크고 불확실하며 매일 온다. 달러 지출은 환율이 움직이는 만큼 바로 움직인다. 구매력은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오래 쌓인다. 지우가 1년 동안 배운 것도 이 차이였다. 기준금리 기사는 이자 칸을, 환율 기사는 회사 원가와 해외 결제 칸을, 물가 기사는 월급의 실질 가치를 바꾼다. 같은 날의 경제 뉴스가 가계부의 다른 줄을 건드린다.
1년 노트 결산
지우의 노트는 날짜순으로 쓰였고, 이 책은 그것을 주제순으로 엮었다. 아래는 노트를 다시 날짜순으로 펼친 것이다. 각 줄의 헤드라인은 공식 발표를 바탕으로 이 책이 다시 쓴 문장이고, 그 아래는 지우가 그 달에 얻은 질문이다. 장 이름을 누르면 그 달의 해석으로 돌아간다.
- 202510월3분기 실질 GDP 전 분기보다 1.2% 성장(속보치), 반등4장 경기 순환
한 분기의 반등을 경기 국면의 전환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전기 대비인지 전년 동기 대비인지, 속보치인지부터 본다. 이 숫자는 12월 잠정치에서 1.3%로 고쳐졌다. (한국은행, 2025년 3분기 실질 GDP 속보 2025-10-28, 잠정 2025-12-03)
- 202511월10월 소비자물가 2.4% 상승, 쌀은 1년 전보다 21.3% 올라2장 수요와 공급
출하가 늦어진 쌀의 값은 공급 곡선의 이동으로 읽는다. 수요가 값에 덜 민감한 품목은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값이 크게 뛴다. (국가데이터처, 2025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 2025-11-04)
- 202512월2025년 소비자물가 2.1% 상승6장 물가
연간 상승률은 열두 달 지수의 평균을 전년 평균과 비교한 값이다. 장바구니의 가중치와 내 소비가 다르면 체감과 통계가 어긋난다. (국가데이터처, 2025-12-31)
- 20261월2025년 취업자 19.3만명 증가, 실업률 2.8%5장 고용
취업자 증감은 1년 전 같은 달과의 비교이고, 실업률은 일할 뜻이 있는 사람 가운데의 비율이다. 고용률과 확장실업률을 함께 본다. (국가데이터처, 2026-01-14)
- 20262월2025년 경상수지 1,230억 달러, 사상 최대 흑자11장 무역과 경상수지
"사상 최대"는 명목 달러 금액의 비교다. 흑자가 상품·서비스·본원소득·이전소득 가운데 어디서 왔는지 나눠 본다. (한국은행, 2025년 12월 국제수지(잠정) 2026년 2월 초)
- 20263월2025년 성장률 1.0%, 1인당 GNI 3만 6,855달러3장 GDP
잠정치는 고쳐진다. 7월 연간 국민계정에서 성장률은 1.1%, 1인당 GNI는 3만 6,963달러로 수정되었다고 보도되었다. 달러로 잰 소득은 환율에도 흔들린다. (한국은행, 2025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2026년 3월)
- 20264월2025년 국가채무 1,304.5조원, GDP 대비 49.0%12장 재정과 국가부채
금액보다 GDP 대비 비율을, 비율보다 그 길을 본다. 금리와 성장률의 차이, 기초재정수지가 부채 비율의 방향을 정한다. (재정경제부,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 2026-04-06)
- 20265월기준금리 연 2.50% 동결, 새 총재의 첫 회의8장 중앙은행과 통화정책
동결도 결정이다. 결정 그 자체보다 소수의견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말(포워드 가이던스)이 시장을 움직인다.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2026-05-28)
- 20266월한국은행, 6월 금융안정보고서로 금융 불균형 점검13장 금융위기
위기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구조에서 온다. 레버리지, 만기 불일치, 서로 얽힌 빚을 본다. 평온한 때의 점검이 위기 때의 방파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26년 6월)
- 20267월주택담보대출 금리 4%대 중반으로 상승(6월 신규취급액 4.36%)7장 금리
신규취급액 금리와 잔액 금리는 다르다. 내 대출금리는 기준이 되는 금리(코픽스 등)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한국은행, 2026년 6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 20268월기준금리 0.25%p 인상, 연 3.00%9장 기준금리가 퍼지는 길
채권과 환율은 그날, 대출금리는 몇 달, 내 이자는 재산정일(10월), 물가는 1~2년 뒤에 반응한다.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2026-08-27)
- 20269월미국 연준 금리 인상(3.75~4.00%)에도 원/달러 환율 1,300원대10장 환율
환율은 금리 차 하나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출로 들어오는 달러, 세계의 위험 선호, 기대가 함께 값을 정한다. (미국 연준 FOMC 성명 2026-09-16, 서울외환시장)
- 202610월9월 수출 1,209억 달러로 월간 최대, 소비자물가 2.9%14장 실험실
숫자들을 한 모형에 묶어 돌려 보면, 하나의 헤드라인은 큰 그림의 한 귀퉁이다. 무엇이 무엇을 움직이는지, 언제 내 가계부에 닿는지 순서를 그린다. (산업통상부 2026-10-01, 국가데이터처 2026-10-02)
(각 줄의 숫자는 괄호 안 기관의 공식 발표를 인용한 보도로 확인한 값이다. 2025년 3분기 성장률과 2025년 성장률·1인당 GNI는 이후 수정되었으며 수정 내역을 함께 적었다.)
3년 안에 집을 살 수 있을까: 지우가 정한 판단법
1년 전 노트 첫 장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지우는 이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지 않기로 했다. 1년 동안 배운 것은, 금리와 집값을 맞히는 사람은 없고 기사 속 전망도 누군가의 모형이라는 사실이었다. 대신 지우는 무엇을 보고, 언제, 어떤 기준으로 정할지를 적었다. 그림 3이 그 순서다.
첫 단계는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을 거꾸로 계산하는 일이다. 지우의 월 저축 여력은 실수령 320만원에서 생활비 210만원을 뺀 약 110만원이고, 10월 재산정으로 이자가 늘면 그만큼 준다. 대출 한도는 소득과 금리와 DSR 규제가 정한다(9장에서 본 대로 금리가 오르면 한도가 준다). 둘째 단계는 실험실에서 했던 일을 내 숫자로 하는 것이다. 금리가 1~2%p 더 오르는 경우, 집값이 내리는 경우, 소득이 몇 년 제자리인 경우에도 이자를 내고 비상금을 지킬 수 있는가. 셋째, 매달 같은 표를 본다. 금통위 결정,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금리, 물가와 고용, 사려는 동네의 실거래가. 표가 바뀌면 계산을 다시 하지만, 기사 제목 하나에 계획을 바꾸지는 않는다. 넷째, 결정하는 날을 정해 둔다. 지우의 전세 만기는 2027년 3월이다. 그 전 6개월 동안 위의 계산을 다시 하고, 기준을 넘으면 집을 알아보고, 넘지 못하면 전세를 연장하고 1년 뒤 같은 표로 다시 본다.
이 판단법에는 "3년 안에 집값이 오를까"라는 질문이 없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숫자는 이 책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어떤 경우에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은 얼마인가", "그 가격의 집을 언제, 어떤 조건이면 사는가"라는 질문은 지우의 숫자로 답할 수 있다.
모형의 가정
실험실의 모든 숫자는 아래 계수에서 나온다. 계수는 EC.ECONOMY에 모여 있고 이 장의 모든 시뮬레이터가 같은 값을 쓴다. 표의 계수 칸은 엔진에서 직접 읽어 채운다. 공식 통계가 아니라 교육용 가정이며, 방향과 대략의 크기가 연구 결과와 어긋나지 않도록 골랐을 뿐 한국 경제를 추정한 값이 아니다.
| 이름 | 계수 | 뜻 | 읽는 법과 한계 |
|---|---|---|---|
| 산출 갭의 관성 | 0.7 | 이번 분기 산출 갭 중 지난 분기에서 이어지는 몫 | 클수록 충격이 오래 간다 |
| 금리의 경기 효과 | 0.25 | 실질금리가 중립보다 1%p 높을 때 산출 갭 감소(%p) | 가계부채가 많을수록 실제로는 더 클 수 있다 |
| 재정 승수(첫 분기) | 0.6 | GDP 대비 1%의 재정 지출 증가가 산출 갭에 주는 효과 | 재정 충격은 분기마다 40%씩 사라진다. 실제 승수는 경기 상황과 금리 대응에 따라 다르다(12장) |
| 원화 약세의 수출 효과 | 0.01 | 환율 1% 상승이 산출 갭에 주는 효과(%p) | 엔진 계수 0.04에 0.25를 곱해 쓴다 |
| 유가의 직접 경기 효과 | 0.001 | 유가 1% 상승이 산출 갭을 낮추는 크기(%p) | 엔진 계수 0.01에 0.1을 곱해 쓴다. 아주 작게 잡았고, 유가의 영향은 주로 물가와 금리를 거쳐 나온다 |
| 물가의 관성 | 0.6 | 물가 상승률 중 지난 분기에서 이어지는 몫 | 나머지는 목표(2%)로 끌린다. 기대가 목표에 묶여 있다는 가정이다 |
| 필립스 곡선 기울기 | 0.2 | 산출 갭 1%p가 물가 상승률을 올리는 크기(%p) | 실제 기울기는 시기마다 다르고, 최근 연구들은 평평해졌다고 보는 편이다 |
| 환율 전가율 | 0.05 | 그 분기 환율 1% 변화가 물가 상승률에 주는 영향(%p) | 수입물가를 거친 빠른 경로(10장) |
| 유가 전가율 | 0.02 | 그 분기 유가 1% 변화가 물가 상승률에 주는 영향(%p) | 석유류의 소비자물가 비중과 간접 효과를 뭉뚱그린 값 |
| 물가 목표 | 2.0 | % |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소비자물가 상승률 2%)와 같다 |
| 중립 명목금리 | 2.25 | % | 관측되지 않는 값. 추정치는 연구마다 다르다 |
| 금리 평활화 | 0.7 | 지난 분기 금리를 유지하는 몫(1 − 옮기는 속도) | 실험실의 '옮기는 속도' 슬라이더가 이 값을 바꾼다 |
| 준칙의 물가·갭 계수 | 1.5 · 0.5 | 물가 1%p, 산출 갭 1%p에 대한 준칙 금리 반응 | 테일러(1993)의 모양 |
| 금리 차의 환율 효과 | 1.5 | 한·미 금리 차 1%p 확대에 대한 원화 강세(%) | 위험 회피가 커지면 금리 차보다 안전 선호가 앞선다 |
| 오쿤 계수 | 0.4 | 산출 갭 1%p당 실업률 변화(%p, 반대 방향) | 한국의 실업률은 경기에 덜 민감한 편이다(5장) |
| 자연실업률 | 3.0 | % | 실업률 칸의 출발점. 2026년 8월 실제 실업률(원계열 2.0%)과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 |
| 금리의 집값 효과 | 3.0 | 금리 1%p 상승이 집값 상승률을 낮추는 크기(%p) | 공급·대출 규제·기대가 더 큰 힘일 수 있다 |
| 경기의 집값 효과 | 1.5 | 산출 갭 1%p가 집값 상승률을 높이는 크기(%p) | 집값 칸의 출발점은 2%(가정) |
이 모형에는 없는 것도 많다. 은행이 대출을 갑자기 조이는 신용 경색,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목표에서 떨어져 나가는 일, 정부 부채가 금리를 밀어 올리는 일, 반도체처럼 한 산업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조, 집의 공급이 몇 년 늦게 반응하는 시차. 실제 경제 분석에서는 이런 요소를 넣은 훨씬 큰 모형과 여러 모형의 비교를 쓴다. 작은 모형의 쓸모는 숫자를 맞히는 데 있지 않고, 기사 한 줄이 그림의 어느 귀퉁이를 비추는지 알게 해 주는 데 있다.
"1년 동안 모은 숫자를 한 장에 놓으면"
10월 첫 주에 숫자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1일에 9월 수출, 2일에 9월 물가, 6일에 외환보유액, 8일에 8월 경상수지. 지우는 이번 달 헤드라인을 고르지 못하다가 삼촌에게 물었다. 백정호는 "고르지 말고 표를 만들어라"라고 했다. 지우는 이 장의 계기판처럼 지표마다 최신값, 비교 기준, 잰 기간, 발표일을 한 줄씩 적었다. 수출 83.5% 증가는 전년 같은 달과의 비교이고 그 절반이 반도체라는 것, 물가 2.9%는 8월(3.1%)보다 낮아졌지만 3월부터 7개월째 목표 2%를 넘는다는 것, 성장률은 아직 2분기 숫자라는 것이 한 장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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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정리
- 같은 날의 "최신" 숫자도 잰 기간이 다르다. 환율·주가는 어제, 물가·수출은 지난달, 고용·경상수지는 두 달 전, 성장률은 지난 분기, 국가채무는 지난해의 값이다. 숫자마다 기준 시점과 발표일을 붙여 읽는다.
- 작은 경제 모형은 산출 갭(필립스 곡선으로 물가와 연결), 금리 준칙, 환율, 오쿤의 법칙, 집값을 한데 묶는다. 충격은 환율·금리 → 물가·경기 → 실업·집값의 순서로 번지고, 금리와 환율의 되먹임이 크기를 줄인다.
- 테일러 준칙은 물가가 1%p 오를 때 금리를 1%p보다 크게(1.5%p) 올리라고 한다. 그러나 산출 갭과 중립금리는 관측되지 않아 준칙 금리는 넓은 범위로만 알 수 있다. 금리는 0% 아래로 거의 내려가지 못하고, 너무 높으면 경기와 일자리와 집값이 함께 무너진다.
- 수요 충격에는 금리 인상이 경기와 물가를 함께 진정시키지만, 유가 같은 공급 충격에서는 물가를 잡는 대신 경기를 내준다. 같은 물가 상승이라도 원인에 따라 처방이 다르다.
- 헤드라인은 "언제 기준인가, 무엇과 비교했나, 누가 쟀나"를 채워 읽는다. 전망과 모형의 숫자는 실적이 아니다. 경제 뉴스는 가계부의 다른 줄(이자, 자산, 달러 지출, 구매력)을 다른 속도로 건드리며, 큰 결정은 예측이 아니라 내 숫자와 나쁜 시나리오와 정해 둔 날짜로 한다.
확인 퀴즈
1. 2026년 10월 9일 아침 신문에 성장률, 소비자물가, 원/달러 환율이 함께 실렸다. 이 세 숫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2. 테일러 준칙(준칙 금리 = 중립금리 + 1.5×(물가 − 2) + 0.5×산출 갭)에서 물가 상승률이 2%에서 3%로 오르고 산출 갭은 0으로 그대로라면, 준칙 금리와 실질금리는 어떻게 되는가?
3. 국제 유가가 크게 올라 물가가 뛰었다. 이때 중앙은행이 금리를 크게 올리면 이 장의 모형에서 나타나는 모습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4. "물가 3%대로 치솟아… 기준금리 4%까지 오른다"라는 제목이 있다. 백정호의 세 질문 가운데 '누가 쟀나'와 가장 관련이 깊은 확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