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은행은 남의 돈으로 장사한다. 자기 돈은 얇고, 빌린 돈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고, 빌려준 돈은 오래 묶여 있다. 평소에는 이 구조가 경제에 돈을 돌리는 엔진이지만, 자산 가격이 조금만 흔들려도 같은 구조가 손실을 키우고 공포를 옮긴다. 이 장은 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 출발해 1997년, 2008년, 2020년을 같은 해부도로 읽고, 위기를 막는 안전망을 직접 시험한다.
-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작은 자산 손실이 자본을 지워 버리는 원리를 계산할 수 있다.
- 만기 불일치와 뱅크런, 투매와 전염이 위기를 키우는 고리를 설명할 수 있다.
- 1997년 외환위기의 단기 외채와 통화 불일치를 2008년·2020년과 비교할 수 있다.
- 최종대부자, 예금보험, 자본 규제, LTV·DSR, 외환보유액이 각각 어느 고리를 끊는지 말할 수 있다.
위기는 어떻게 생기나: 다섯 단계의 해부도
금융위기는 나라와 시대마다 얼굴이 다르지만, 뼈대는 놀랄 만큼 닮았다. 경제학자들이 여러 나라의 위기를 모아 비교한 결과 되풀이되는 순서가 있다. 돈을 빌리기 쉬운 시기가 길게 이어지고, 빌린 돈이 한 자산으로 몰려 값이 오르고, 무언가가 그 믿음을 깨고, 모두가 한꺼번에 팔려 하고, 한 곳의 손실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간다.
이 장의 시뮬레이터들은 이 고리를 한 칸씩 떼어 본다. 먼저 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 왜 작은 손실이 큰 일이 되는지(레버리지), 왜 멀쩡한 은행도 무너질 수 있는지(만기 불일치와 뱅크런), 왜 손실이 번지는지(투매와 전염)를 보고, 세 번의 실제 위기에 대 본다.
레버리지: 얇은 자본 위의 큰 자산
은행의 장부는 두 쪽이다. 왼쪽은 은행이 가진 것(대출, 채권, 현금), 오른쪽은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예금, 빌린 돈, 주주의 돈)다. 주주의 돈, 곧 자기자본(Equity capital)은 손실을 가장 먼저 떠안는 쿠션이다. 자산이 자기자본의 몇 배인지를 레버리지(Leverage)라고 한다. 자본 8에 자산 100이면 레버리지는 12.5배다.
레버리지는 이익도 손실도 키운다. 자산이 1% 오르면 자본은 12.5% 늘고, 자산이 1% 내리면 자본은 12.5% 준다. 자산이 8% 내리면 자본이 0이 된다. 그 순간 은행은 가진 것을 다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지급불능(Insolvency) 상태가 된다. 아래에서 레버리지를 바꾸고, 자산 막대 위쪽을 끌어내려 손실을 내 본다.
은행의 대차대조표: 몇 %의 손실에 자본이 사라지나
막대를 끌어 보면 레버리지의 뜻이 몸으로 들어온다. 레버리지 L배의 은행이 견딜 수 있는 손실은 자산의 \(1/L\)이다. 12.5배면 8%, 25배면 4%, 50배면 2%다. 은행 감독이 자본비율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2008년 위기 뒤 국제 기준인 바젤 III(Basel III)는 위험가중자산 대비 최소 총자본 8%에 완충자본을 더 쌓게 하고, 위험가중치와 무관한 단순 레버리지 비율(기본자본 ÷ 총노출) 3%를 따로 두었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 Basel III 기준).
만기 불일치와 뱅크런: 멀쩡한 은행도 무너지는 이유
레버리지가 은행을 손실에 약하게 만든다면, 만기 불일치(Maturity mismatch)는 공포에 약하게 만든다. 은행은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예금으로 돈을 모아 10년, 30년짜리 대출을 내준다. 모든 예금자가 같은 날 돈을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믿음 위에 서 있는 구조다. 금고에 있는 현금은 예금의 일부뿐이다.
은행이 실제로 건전해도,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돈을 찾으러 갈 것"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먼저 찾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늦게 가면 금고가 비어 있을 테니까. 이렇게 예금자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이 뱅크런(Bank run)이다. 현금이 바닥난 은행은 대출을 급히 헐값에 팔아야 하고, 그 손실이 자본을 깎아 정말로 지급불능이 된다. 소문이 스스로를 실현하는 것이다.
아래 예금자 120명 중 한 명을 눌러 돈을 찾게 하거나 '소문 시작'을 누른다. 불안은 이미 돈을 찾아간 사람의 비율에 비례해 퍼진다. 예금보호와 최종대부자를 켜고 끄며 결과를 비교한다.
뱅크런: 소문이 스스로를 실현할 때
세 번을 돌려 보면 두 안전망이 서로 다른 화살표를 끊는다는 것이 보인다. 예금보험(Deposit insurance)은 예금자의 공포 자체를 없앤다. 은행이 망해도 내 돈이 보장되면 먼저 달려갈 이유가 없다.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는 공포가 생겨도 은행이 대출을 헐값에 팔지 않게 한다. 중앙은행이 좋은 담보를 받고 현금을 빌려주면, 건전하지만 현금이 모자란 은행이 살아남는다. 19세기 영국의 월터 배젓이 정리한 원칙, "위기 때 좋은 담보를 받고 높은 금리로 아낌없이 빌려주라"가 지금도 중앙은행의 기본 규칙이다.
투매와 전염: 한 은행의 손실이 모두의 손실이 되는 길
위기가 한 은행에서 멈추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은행들은 같은 종류의 자산(주택담보대출, 회사채, 부동산 관련 채권)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한 은행이 손실을 메우려 그 자산을 팔면 값이 내리고, 같은 자산을 가진 다른 은행의 장부도 함께 깎인다. 이것이 투매(Fire sale)의 외부효과다. 둘째, 은행들은 서로 돈을 빌려준다. 한 은행이 쓰러지면 그 은행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손실을 입는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첫 번째 길을 본다. 레버리지를 일정하게 지키려는 금융회사들은 자산 값이 내리면 자본이 줄어든 만큼 자산을 팔아 레버리지를 맞춘다. 그 매도가 값을 다시 내린다.
투매의 악순환: 팔수록 내리고, 내릴수록 판다
막대가 바퀴마다 줄어들지 않고 커지면 악순환이다. 2008년 미국의 주택저당증권 시장이 그랬다. 처음 손실은 서브프라임(저신용자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났지만, 그 증권을 담보로 단기 자금을 빌리던 금융회사들이 담보 가치가 떨어지자 증권을 팔았고, 팔수록 값이 떨어져 멀쩡한 증권까지 값이 무너졌다. 처음 충격의 크기보다 레버리지와 시장의 깊이가 위기의 크기를 정한다는 것이 이 그래프의 교훈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달러가 모자란 나라
1997년 한국의 위기는 앞의 고리에 한 겹이 더 있었다. 빚이 원화가 아니라 달러였다. 1990년대 중반 한국의 은행과 종합금융회사들은 해외에서 금리가 낮은 단기 달러 자금을 빌려 국내 기업에 장기로 빌려주었다. 만기 불일치(짧게 빌려 길게 빌려줌)에 통화 불일치(Currency mismatch)(달러로 빌려 원화로 버는 자산)가 겹친 구조였다. 1997년 들어 대기업들이 잇달아 쓰러지고 동남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번지자, 해외 금융회사들이 만기가 돌아온 단기 대출의 연장을 거부했다.
만기 연장을 거부당하면 달러를 갚아야 한다. 은행들은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 했고,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을 풀어 막으려 했다. 보유액이 줄수록 "한국이 달러를 갚지 못한다"는 공포가 커져 연장 거부가 더 늘었다. 나라 전체의 뱅크런이었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단기 외채와 만기 연장률을 움직여 본다. 오른쪽 그림의 달러 부채 막대 위쪽을 끌어 환율을 올릴 수도 있다.
단기 외채와 통화 불일치: 외환보유액이 바닥나는 길
실제 숫자는 이렇게 흘렀다. 정부는 1997년 11월 21일 밤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12월 3일 합의를 거쳐 12월 4일 IMF 이사회가 SDR 155억, 약 210억 달러의 대기성차관을 승인했다. 당시 IMF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과 여러 나라의 지원을 합친 국제 지원 패키지는 약 550억 달러였다. 12월 중순 한국이 바로 쓸 수 있는 가용 외환보유액은 약 39억 달러까지 줄어 있었고, 원/달러 환율은 12월 23일 1,962원(종가)까지 올랐다 (IMF Press Release 97/55, 국가기록원, 서울외환시장 종가 보도).
| 날짜 | 일 | 숫자 |
|---|---|---|
| 1997-11-21 | IMF 구제금융 신청 발표 | — |
| 1997-12-04 | IMF 이사회 대기성차관 승인 | SDR 155억(약 210억 달러) |
| 1997-12 | 국제 지원 패키지 전체 | 약 550억 달러 |
| 1997-12 중순 | 가용 외환보유액 | 약 39억 달러 |
| 1997-12-23 | 원/달러 환율 종가 | 1,962원 |
| 1998년 | 실질 GDP 성장률 | 약 −5% |
| 2001-08-23 | IMF 차입금 전액 상환(실제 인출 195억 달러) | — |
(IMF Press Release 97/55, 국가기록원 「IMF 외환위기」, 서울신문 2001-08-23, 한국은행 국민계정. 1998년 성장률은 한국은행 현행 시계열(ECOS 「주요지표(연간지표)」, 2026-10-09 조회)로 −4.9%다. 옛 시계열의 −5.1%로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210억 달러 중 15억 달러는 취소되어 실제로 빌린 돈은 195억 달러다)
1998년 한국 경제는 약 5% 뒷걸음질했고, 수많은 기업과 금융회사가 문을 닫았으며 실업이 크게 늘었다. 이 경험이 한국의 금융 안전망을 바꾸었다. 외환보유액을 크게 쌓고, 은행의 외화 단기 차입을 규제하고, 금융회사의 자본과 부실을 상시로 감독하는 체계가 이때 이후 자리 잡았다.
2008년과 2020년: 같은 고리, 다른 대응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주택 가격 하락에서 시작된 손실이 높은 레버리지와 단기 자금 시장을 타고 세계 금융시장 전체로 번진 순간이었다. 한국의 은행들은 미국 주택에 큰 돈을 걸지 않았지만 위기는 다른 길로 들어왔다. 해외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팔고 달러를 거둬들이자, 달러를 빌려 쓰던 국내 은행들의 외화 자금줄이 말랐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8월 말 1,089.0원에서 2009년 3월 2일 1,570.3원까지 올랐다 (서울외환시장 종가 보도).
이번에는 대응이 달랐다. 한국은행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기준금리를 5.25%에서 2.00%로 3.25%p 내렸고, 2008년 10월 30일 미국 연준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Currency swap)를 맺었다. 필요하면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 올 수 있는 약속이다. 실제로 많이 꺼내 쓰지 않아도 "달러가 바닥나지 않는다"는 신호 자체가 공포를 누그러뜨렸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은 금융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전염병이 경제 활동을 멈춰 세웠고, 그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번졌다. 세계 투자자들이 현금, 특히 달러로 몰리며 모든 자산이 동시에 팔렸다. 한국은행은 3월 16일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p 내렸고(빅컷), 3월 19일 미국 연준과 600억 달러 통화스와프를 맺었으며, 5월 28일 0.50%까지 내렸다. 2020년 한국 성장률은 −0.7%(현행 시계열)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한국은행 국민계정).
| 1997 외환위기 | 2008 글로벌 금융위기 | 2020 코로나 충격 | |
|---|---|---|---|
| 출발점 | 국내 기업·금융의 단기 외채, 동아시아 위기 전염 | 미국 주택 거품 붕괴, 투자은행 레버리지 | 전염병으로 실물 경제 정지 |
| 한국으로 온 길 | 만기 연장 거부, 외환보유액 고갈 | 달러 자금 이탈, 외화 유동성 경색 | 세계적 달러 수요 폭증, 위험 자산 투매 |
| 환율 고점 | 1,962원(1997-12-23) | 1,570.3원(2009-03-02) | 1,285.7원(2020-03-19) |
| 기준금리 대응 | 오히려 고금리(IMF 프로그램) | 5.25% → 2.00% | 1.25% → 0.50% |
| 달러 안전판 | IMF 등 약 550억 달러 | 한미 통화스와프 300억 달러 | 한미 통화스와프 600억 달러 |
| 그해·이듬해 성장률 | 1998년 −4.9% | 2009년 0.8% | 2020년 −0.7% |
(EC.HIST: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IMF 보도자료, 한미 통화스와프 발표 보도, 서울외환시장 종가 보도. 환율 고점은 ECOS 「원/달러 환율(종가 15:30)」, 성장률은 ECOS 「주요지표(연간지표)」 현행 시계열, 모두 2026-10-09 조회)
표의 가운데 줄이 핵심이다. 1997년에는 위기 한가운데서 금리를 올려야 했다.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면 원화 금리를 높여야 했고, IMF 프로그램의 조건이기도 했다. 2008년과 2020년에는 금리를 내리고 달러 안전판을 구할 수 있었다. 외환보유액과 통화스와프라는 방패가 있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국내 경기를 위해 움직일 여유가 생긴 것이다.
안전망: 고리의 화살표를 하나씩 끊는 장치
위기를 막는 장치는 하나가 아니다. 그림 1의 고리에서 각 장치가 끊는 화살표가 다르다.
맨 위의 거시건전성 정책(Macroprudential policy)은 개별 은행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험을 본다. 대표적인 도구가 집값 대비 대출 한도인 LTV(Loan-to-value, 담보인정비율)와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한도인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LTV가 낮으면 집값이 떨어져도 대출보다 집값이 높은 상태가 유지되어, 빌린 사람과 은행 모두 손실을 덜 본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교육용 가상 대출 400건에 집값 하락을 넣어 본다. 그래프 위를 좌우로 끌어 하락 폭을 바꾼다.
LTV 상한: 집값이 떨어지면 몇 명이 깡통이 되나
LTV를 낮추면 위기 때 손실은 작아지지만, 평소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 특히 모아 둔 돈이 적은 젊은 실수요자에게 문턱이 된다. 거시건전성 정책에도 비용이 있고, 그래서 집값과 가계부채의 흐름에 따라 규제를 조이고 푸는 일이 되풀이된다. 마찬가지로 예금보험은 예금자의 공포를 없애는 대신 은행이 위험을 더 많이 지려는 유혹(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을 키울 수 있고, 최종대부자가 너무 너그러우면 "망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다음 거품을 키운다. 안전망과 규제가 짝을 이루는 이유다.
마지막 방패가 외환보유액이다. 2026년 9월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405.6억 달러다 (한국은행 「2026년 9월 말 외환보유액」, 2026-10-06). 1997년 12월의 가용 외환보유액 약 39억 달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다. 다만 외환보유액이 얼마면 충분한지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단기 외채, 외국인 증권 투자, 경상수지와 견줘 보는 여러 기준이 있고, 같은 숫자를 두고도 "충분하다"와 "더 쌓아야 한다"가 엇갈린다.
위기 전염 판: 열두 은행의 네트워크
이제 모든 고리를 한 판에 올린다. 열두 은행이 서로 돈을 빌려주며 연결되어 있고, 모두 같은 종류의 자산을 들고 있다. 레버리지와 단기 자금 비중을 정하고, 자산 가격 충격을 주고, 은행 하나를 눌러 그 은행에 개별 손실을 더한 뒤 '충격 주기'를 누른다. 은행이 쓰러지면 빌려준 은행이 손실을 입고, 위태로운 은행에서는 단기 자금과 예금이 빠져나가 자산을 헐값에 팔고, 그 매도가 모든 은행의 자산 값을 다시 깎는다. 안전망 세 개를 켜고 끄며 같은 충격의 결과를 비교한다.
위기 전염 판: 레버리지·단기 자금·충격과 안전망
판을 여러 번 무너뜨려 보면 위기의 크기를 정하는 것은 처음 충격보다 구조라는 것이 보인다. 같은 3%의 충격이 평균 레버리지 10배의 판에서는 한 은행에서 끝나고, 12배에 단기 자금이 많은 판에서는 연쇄 붕괴가 된다. 안전망은 저마다 다른 고리를 끊는다. 자본 규제는 충격을 받아낼 쿠션을 두껍게 하고, 예금보험은 예금자의 이탈을 막고, 최종대부자는 헐값 매각과 그것이 다른 은행으로 번지는 길을 막는다. 셋 중 무엇도 혼자서 모든 위기를 막지는 못한다. 그리고 한국이 1997년에 겪었듯 빚이 달러라면, 원화를 찍는 중앙은행만으로는 부족하고 외환보유액과 통화스와프라는 또 하나의 방패가 필요하다.
"취약성 46.0은 위험하다는 뜻인가"
6월에 지우가 고른 헤드라인은 숫자 하나가 전부였다. 금융취약성지수 46.0. 삼촌 백정호는 역시 세 가지를 물었다. 언제 기준인가. 6월 말에 나온 보고서지만 지수는 1분기 값이다. 무엇과 비교했나. 2022년 4분기(46.5) 이후 가장 높고, 2008년 이후 장기 평균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되었다. 누가 쟀나. 한국은행이 자산 가격, 신용, 금융회사의 복원력을 묶어 만든 지수다. 지수의 절대 수준보다 방향이 중요했다. 보고서는 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보면서도 수도권 집값 상승과 빚을 낸 주식 투자 증가로 금융 불균형이 쌓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 장의 해부도로 보면 1단계(신용 팽창)와 2단계(자산 가격)의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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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정리
- 금융위기는 대개 신용 팽창 → 자산 거품 → 충격 → 투매 → 전염의 순서를 밟는다. 값이 오를 때 더 빌리고 내릴 때 더 파는 두 되먹임이 대칭이다.
- 레버리지 L배의 은행은 자산의 1/L만 잃어도 자본이 사라진다. 바젤 III는 위험가중 자본비율과 단순 레버리지 비율로 이 쿠션의 두께를 규제한다.
- 만기 불일치는 건전한 은행도 뱅크런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 예금보험(2025년 9월부터 1억원 한도)은 공포를, 최종대부자는 헐값 매각을 막는다.
- 1997년 위기는 단기 외채와 통화 불일치가 겹친 나라 전체의 뱅크런이었다. 2008년과 2020년에는 외환보유액과 한미 통화스와프 덕에 금리를 내리며 대응할 수 있었다.
- 위기의 크기는 처음 충격보다 레버리지, 단기 자금 의존, 시장의 깊이 같은 구조가 정한다. 안전망은 각기 다른 고리를 끊으며 도덕적 해이라는 비용도 함께 따른다.
확인 퀴즈
1. 자산 100, 자기자본 5인 은행이 있다. 자산 가치가 몇 % 떨어지면 자본이 모두 사라지는가?
2. 대출 부실이 거의 없는 은행에서도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3. 1997년 외환위기에서 달러로 돈을 빌린 국내 기업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은 이유로 가장 알맞은 것은?
4. 다음 중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