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순환과 경기 지표
"3분기 성장률 반등"이라는 제목을 보면 사람들은 묻는다. 그럼 바닥을 친 건가, 경기가 좋아지는 건가. 이 장은 그 질문에 답하는 도구를 모은다. 경기의 물결을 잴 기준선(잠재 산출), 물결의 지금 위치를 알려 주는 지수(동행지수), 앞날을 먼저 보여 주는 지수(선행지수와 심리지수), 그리고 작은 충격이 왜 큰 물결로 번지는지 설명하는 승수와 가속도의 원리다.
- 경기 순환의 네 국면(확장·정점·수축·저점)과 성장률·산출 갭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 선행·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소비자심리지수, BSI가 무엇을 재는지 알고 발표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 기준순환일이 누가, 언제, 어떻게 정하는지와 "2분기 연속 마이너스"가 공식 정의가 아님을 설명할 수 있다.
- 승수·가속도·재고가 충격을 순환으로 키우는 원리를 모형으로 보이고, 정책 대응이 물결을 줄이는 방식을 설명할 수 있다.
경기는 물결친다: 확장·정점·수축·저점
경제는 해마다 같은 속도로 자라지 않는다. 몇 해 동안 생산과 고용과 소비가 함께 늘다가, 어느 시점에 꺾여 한동안 함께 줄고,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온다. 이 오르내림을 경기 순환(Business cycle)이라고 한다. 오르는 구간이 확장, 꼭대기가 정점(Peak), 내려가는 구간이 수축, 바닥이 저점(Trough)이다. 저점에서 다음 저점까지가 한 순환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오르내리느냐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는 경제가 길게 자라는 추세를 먼저 걷어 내고, 그 추세선 위아래로 출렁이는 부분을 경기로 본다. 그래서 GDP가 계속 늘고 있어도 추세보다 느리게 늘면 경기는 수축 국면일 수 있다. 성장률이 플러스인데 "경기 하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공식 경기 순환은 이런 성장 순환(Growth cycle) 개념을 따른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같은 생각을 숫자로 옮긴다. 추세 성장률, 물결의 크기, 한 순환의 길이를 바꾸고, 세로선을 끌어 시점을 고른다. 위 그래프는 GDP 수준, 아래 그래프는 전년동기비 성장률이다.
성장률이 플러스인데 수축 국면? 추세와 순환 나누기
한국에서 한 순환은 얼마나 길까. 통계청이 1972년 이후 정한 순환들은 길이가 제각각이었다. 가장 최근에 끝난 제11순환만 해도 확장이 54개월, 수축이 32개월로, 수축이 1972년 이후 가장 길었다. 정해진 주기로 돌아오는 시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경기를 읽는 사람들은 "언제 정점이 오나"를 맞히기보다, 지금이 어느 국면에 있는지 여러 지표로 확인하는 데 힘을 쓴다.
잠재 산출과 산출 갭: 경기를 재는 기준선
그림 1의 점선에는 이름이 있다. 노동과 자본을 무리 없이(물가를 밀어 올리지 않고) 쓸 때 경제가 만들 수 있는 양, 잠재 산출(Potential output)이다. 그 증가율이 잠재성장률이다. 실제 GDP와 잠재 산출의 차이를 잠재 산출로 나눈 것이 산출 갭(Output gap)이다.
잠재 산출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 같은 기관이 노동력·자본·생산성의 추세로 추정할 뿐이고, 추정 방법에 따라 값이 다르다. 한국은행은 2024년 12월 보고서에서 2024~2026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 수준으로 추정했고,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2025~2029년에는 1.8% 안팎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았다 (한국은행,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2024-12-19, 보도 인용). 2000년대 초 5% 안팎이던 것이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로 내려온 것이다. 이 숫자가 2%라면, 연간 성장률 1%는 산출 갭이 1%p쯤 벌어지는 속도로 읽힌다.
산출 갭이 경기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이유는 그것이 고용과 물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갭이 마이너스로 벌어지면 기업은 사람을 덜 뽑고(5장), 값을 덜 올린다(6장). 중앙은행이 금리를 정할 때 물가와 함께 산출 갭을 보는 것도 그래서다(8장). 아래 시뮬레이터는 이 책의 작은 경제 모형에 수요 충격을 하나 넣고, 정책이 대응할 때와 하지 않을 때를 견준다.
수요 충격 하나가 산출 갭·실업률·물가로 번지는 길
EC.economy. 산출 갭의 지속성 0.7, 실질금리 갭 1%p당 산출 갭 −0.25%p, 필립스 곡선 기울기 0.2, 오쿤 계수 0.4, 자연실업률 3%, 준칙은 테일러 준칙(물가 1.5, 갭 0.5)에 평활화 0.7. 교육용 가정이며 전망이 아니다.)모형이 단순해도 순서는 분명하다. 수요가 줄면 산출 갭이 먼저 벌어지고, 실업률이 따라 오르고, 물가상승률은 가장 늦게 처진다. 그리고 갭은 충격이 끝난 뒤에도 몇 분기 동안 천천히 메워진다. 이 느린 회복이 "저점은 지났는데 체감 경기는 여전히 나쁘다"는 말의 정체다. 저점은 방향이 바뀌는 시점이지, 수준이 회복되는 시점이 아니다.
경기종합지수: 지금과 앞날을 한 숫자로
GDP는 분기에 한 번, 그것도 한 달 가까이 지나서 나온다. 경기의 방향을 매달 보고 싶은 사람들은 더 빨리 나오는 지표를 묶어 쓴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매달 「산업활동동향」과 함께 발표하는 경기종합지수(CI, Composite Index)가 그것이다. 경기와 함께 움직이는 지표, 앞서 움직이는 지표, 뒤따르는 지표를 각각 하나의 지수로 합친다.
기사에 나오는 것은 대개 지수 그 자체가 아니라 순환변동치다. 동행종합지수는 경제와 함께 길게 자라므로 거의 늘 오른다. 여기서 추세를 걷어 내면 100을 중심으로 오르내리는 값이 남는데, 이것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다. 100보다 높으면 추세 위, 낮으면 추세 아래이고, 오르면 확장, 내리면 수축 쪽이다. 그림 1의 실선과 점선 사이 거리를 매달 재는 셈이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같은 방식으로 몇 달 앞을 비춘다.
선행지수가 정말 먼저 꺾일까. 대체로 그렇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코스피와 경제심리지수는 경기와 상관없는 소식에도 출렁이고, 한두 달 꺾였다가 다시 오르는 거짓 신호를 자주 낸다. 그래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몇 달 연속 하락했다"처럼 연속성을 따진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실제 자료가 아니라 교육용 가상 데이터로, 선행지수가 앞서는 정도와 잡음을 바꿔 가며 신호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 본다.
선행지수는 얼마나 먼저, 얼마나 정확히 꺾이나
실제로도 이 맞바꿈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국가데이터처는 선행지수 하나로 국면을 단정하지 않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GDP, 생산·소비·투자·고용 지표를 함께 본다. 기사가 "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올라 경기 반등 기대"라고 쓸 때는 그 상승이 어떤 구성 지표에서 왔는지(코스피 한 가지가 끌어올린 것은 아닌지)를 함께 확인한다.
기준순환일: 정점과 저점은 누가, 언제 정하나
경기의 정점과 저점을 공식적으로 정한 날짜를 기준순환일(Reference date)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통계청(지금의 국가데이터처)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GDP, 개별 지표들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전문가 의견을 들은 뒤 국가통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한다. 1972년 이후의 순환에 번호를 붙여 왔다.
기준순환일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늦게 정해진다는 것이다. 정점은 경기가 한참 내려간 뒤에야, 저점은 한참 올라온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 몇 달 꺾였다 다시 오르면 정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래 표는 가장 최근에 정해진 기준순환일이다.
| 순환 | 저점 | 정점 | 다음 저점 | 정한 때 |
|---|---|---|---|---|
| 제11순환 | 2013년 3월 | 2017년 9월 | 2020년 5월 | 정점은 2019년 9월 확정(정점 뒤 2년), 다음 저점은 2023년 3월 잠정 설정 |
| 제12순환 | 2020년 5월 | 공식 설정 확인하지 못함 | — | 정점은 이 책이 확인한 범위(2026년 10월)에서 공식 발표를 찾지 못했다 |
(통계청, 기준순환일 설정. 2019-09-20 보도와 2023년 3월 보도로 확인. 확장 54개월, 수축 32개월. 32개월은 1972년 이후 가장 긴 수축이었다.)
2017년 9월 정점을 공식 확정한 것은 2019년 9월이었다. 그 2년 동안 사람들은 "경기가 하강 국면인가"를 두고 논쟁했고, 확정 발표는 "그때 이미 내려가고 있었다"는 사후 확인이었다. 2020년 5월 저점도 3년 가까이 지난 2023년에 잠정 설정되었다. 기준순환일은 지금 경기를 알려 주는 신호가 아니라 지난 경기를 정리하는 기록이다. 지금의 국면은 동행·선행지수와 심리지수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는 경기 침체의 정의인가
기사에 자주 나오는 기술적 경기 침체(Technical recession)는 "실질 GDP가 2분기 연속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뜻하는 어림 규칙이다. 기준이 단순하고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널리 쓰이지만 공식 정의는 아니다. 한국에는 정부가 정한 경기 침체의 정의가 없고, 공식적인 것은 위의 기준순환일뿐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위원회가 생산·고용·소득·소비를 함께 보고 정점과 저점을 판정한다.
어림 규칙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 한 분기 크게 줄고 다음 분기에 0.1% 늘면 침체가 아니고, 두 분기 연속 −0.1%씩 줄면 침체다. 깊이가 아니라 부호만 본다. 둘째, 잠재성장률이 낮아질수록 같은 경기 하강이 마이너스로 나타나기 쉽다(앞의 시뮬레이터 ②). 2025년 1분기 −0.2%, 4분기 −0.3%(속보)처럼 한 분기씩 떨어진 마이너스는 이 규칙에 걸리지 않는다 (한국은행, 2025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2026-01-22).
심리지수: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소비자와 기업이 앞날을 어떻게 보는지는 실제 지출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가 불안하다고 느끼면 실제로 월급이 깎이기 전에 지갑을 닫고, 주문이 줄 것 같으면 실제로 줄기 전에 투자를 미룬다. 이 마음을 설문으로 재는 것이 심리지수다.
- 소비자심리지수(CCSI, 한국은행). 매달 전국의 가구에게 현재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현재 경기판단, 향후 경기전망을 묻고 6개 지수를 합성한다. 장기 평균(2003년~2024년 12월)을 100으로 놓아, 100보다 크면 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기업에게 "지난달보다 좋아졌나, 나빠졌나"를 묻고, 좋아졌다는 응답 비중에서 나빠졌다는 응답 비중을 빼서 100을 더한다. 100보다 크면 좋아졌다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BSI와 CCSI를 합쳐 경제심리지수(ESI)도 낸다. ESI는 선행지수의 구성 지표다.
최근 숫자를 보자. 2025년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2.4로 한 달 전보다 2.6포인트 올라 2017년 11월(113.9) 이후 가장 높았다. 9월(−1.3포인트)과 10월(−0.3포인트) 잇따라 내린 뒤의 반등이었고, 한국은행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3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웃돈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은행, 2025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2025-11-25). 성장률 발표가 다시 심리를 움직인 것이다. 지표와 심리가 서로를 밀어 올리는 이 고리가 경기 순환을 키우는 힘 가운데 하나다.
BSI 계산기: 100이라는 숫자 뒤의 응답 분포
심리지수가 쓸모 있는 것은 빨리 나오기 때문이다. 소비자동향조사는 그달 말에 그달 숫자가 나오고, 생산·소비 통계보다 한 달 이상 빠르다. 대신 실제 행동과 어긋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경기가 나쁘다"고 답하면서도 소비를 줄이지 않을 수 있고, 뉴스의 분위기에 따라 응답이 출렁이기도 한다. 심리지수는 방향을 미리 비추는 등불이지 도착지를 알려 주는 지도가 아니다.
승수와 가속도: 작은 충격이 물결이 되는 원리
경기는 왜 한 방향으로 한동안 계속 움직일까. 첫 번째 답은 승수(Multiplier)다. 정부가 1조원을 쓰면 그 돈은 누군가의 소득이 되고, 그 사람은 소득의 일부(한계소비성향 \(c\))를 다시 쓴다. 그것이 또 다른 사람의 소득이 된다. 1조 + 0.8조 + 0.64조 + … 처럼 이어져, 처음 지출의 \(1/(1-c)\)배까지 소득이 늘 수 있다. 줄어들 때도 같다.
두 번째 답은 가속도 원리(Accelerator)다. 기업은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설비를 늘린다. 판매가 계속 늘어도 늘어나는 속도가 줄면 새 설비가 덜 필요하므로 투자가 줄어든다. 소비가 "덜 빨리" 늘기만 해도 투자는 실제로 줄어드는 것이다. 경제학자 새뮤얼슨은 이 둘을 합쳐 경기 순환을 설명하는 간단한 모형을 만들었다.
이 식은 \(c\)와 \(v\)의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정부 지출을 한 번 10% 늘리는 충격을 주고, 오른쪽 평면의 점을 끌어 \(c\)와 \(v\)를 바꿔 본다.
새뮤얼슨의 승수-가속도 모형: 수렴·진동·폭발
평면의 네 영역은 수학이 정한다. 차분방정식의 특성근이 복소수이면 물결이 생기고(\(c(1+v)^2 < 4v\)), 근의 크기가 1보다 작으면 잦아든다(\(cv < 1\)). 이 모형이 알려 주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 경제가 출렁이는 데 외부의 흔들림이 계속 필요하지 않다. 소비와 투자가 서로를 밀고 당기는 구조 자체가 물결을 만든다. 둘, 그 구조가 조금만 달라져도(기업이 판매 변화에 더 민감해지면) 잦아들던 물결이 커지는 물결로 바뀐다. 실제 경제에서 끝없이 커지는 폭발이 보이지 않는 것은 설비 용량, 실업자 수, 그리고 정책 같은 천장과 바닥이 있기 때문이다.
재고가 만드는 짧은 물결
가속도 원리의 가장 빠른 형태는 재고에서 나타난다. 판매가 갑자기 늘면 창고의 재고가 먼저 줄고, 기업은 판매를 맞추면서 줄어든 재고까지 채우려고 판매보다 더 많이 생산한다. 판매가 꺾이면 반대로 쌓인 재고를 털어 내느라 판매보다 더 적게 생산한다. 그래서 생산은 판매보다 크게 출렁인다. 이 재고의 움직임은 출하 증가율과 재고 증가율을 두 축으로 놓은 재고순환도에서 한 바퀴 도는 모양으로 나타난다.
반도체처럼 재고의 출렁임이 큰 산업이 수출의 큰 몫을 차지하는 한국에서는 이 재고 순환이 경기 전체를 흔든다. 반도체 경기의 "재고 조정"과 "재고 소진"이라는 말이 경제면 머리기사에 오르는 이유다. 반도체 수출이 경상수지와 성장률을 함께 움직이는 이야기는 11장에서 이어진다.
경기 순환 실험: 충격, 승수, 가속도, 그리고 정책
이제 앞의 조각을 한 판에 올린다. 잠재 산출이 연 2%씩 자라는 경제에 수요 충격을 넣는다. 소비는 승수로, 투자는 가속도로 충격을 키우고, 정책은 산출 갭을 보고 반대 방향으로 민다. 위 그래프의 파란 선은 산출 갭(동행지수 순환변동치에 해당), 주황 선은 판매의 변화에 먼저 반응하는 선행지수다. 삼각형은 각 선의 정점(▲)과 저점(▼), 붉은 띠는 정점에서 저점까지의 수축 국면이다. 아래 막대는 실제 GDP의 전기비 성장률이다.
경기 순환 실험: 충격 · 승수 · 가속도 · 정책 대응과 선행·동행 지표
판을 돌려 보면 이 장에서 본 것들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수축 국면의 일부만 실제 마이너스 성장으로 나타나고(잠재성장률이 높을수록 더 그렇다), 선행지수는 판매의 변화에 반응하므로 정점과 저점을 조금 먼저 찍는다. 승수와 가속도는 한 번의 충격을 여러 번의 물결로 늘리고, 그 계수가 크면 물결이 스스로 커진다. 정책 대응은 물결을 눌러 주지만 공짜는 아니다. 실제 정책은 갭을 늦게 알아채고(통계가 늦게 나오고 수정된다), 효과도 늦게 나타난다(9장). 늦게 밀면 오히려 물결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정책 시차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이다.
"반등이면 바닥을 친 건가?"
노트의 첫 장이다. 지우는 1년 동안 매달 헤드라인 하나를 골라 삼촌 백정호의 세 질문으로 읽어 보기로 했다. 첫 헤드라인은 3분기 성장률 1.2%였다. 2분기 0.7%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오른 숫자였고, 민간소비가 1.3% 늘어 성장률 가운데 0.6%p를 채웠다. 정부소비 0.2%p를 더하면 소비가 성장률의 3분의 2를 만들었다. 수출은 0.7%p를 보탰지만 수입이 0.6%p를 빼 순수출은 0.1%p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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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두 가지를 짚었다. 하나는 이 숫자가 속보라는 것. 9월 자료가 다 들어오면 고쳐진다. 다른 하나는 소비를 끌어올린 힘이 무엇이었느냐는 것이었다. 3분기에는 정부의 소비쿠폰이 풀렸다. 한 번 풀린 쿠폰이 만든 소비가 다음 분기에도 이어질지, 기업들이 그 소비를 보고 투자를 늘릴지(가속도)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반등은 방향이 바뀌었다는 뜻이지 바닥이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다. 바닥은 몇 년 뒤에 국가데이터처가 정한다." 지우는 노트에 다음 달 볼 것을 적었다. 10월 말에 나올 9월 「산업활동동향」의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 그리고 11월 소비자심리지수.
핵심 정리
- 경기 순환은 확장·정점·수축·저점으로 이어지는 물결이며, 한국은 추세(잠재 산출)와의 거리로 국면을 판단한다. 그래서 성장률이 플러스여도 추세보다 느리면 수축 국면일 수 있다.
- 산출 갭은 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다. 한국은행은 2024~2026년 잠재성장률을 2% 수준으로 추정했다. 갭이 벌어지면 실업률이 오르고, 물가는 가장 늦게 반응한다.
- 경기종합지수는 동행·선행·후행 지표를 묶은 것이며 기사는 주로 추세를 걷어 낸 순환변동치를 쓴다. 선행지수와 심리지수(CCSI, BSI)는 빠르지만 거짓 신호가 있어 연속성과 구성 지표를 함께 본다.
- 공식 정점·저점(기준순환일)은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몇 년 뒤에 정한다. 가장 최근 확정된 정점은 2017년 9월, 저점은 2020년 5월(잠정)이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는 어림 규칙이지 공식 정의가 아니다.
- 승수와 가속도(투자·재고)는 한 번의 충격을 여러 번의 물결로 키우고, 계수가 크면 물결이 스스로 커진다. 정책 대응은 물결을 줄이지만 인식과 효과의 시차 때문에 늦으면 오히려 키울 수 있다.
확인 퀴즈
1. 잠재성장률이 연 2%인 경제에서 실질 GDP가 1년 동안 1% 늘었다. 이 해의 경기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2. 한국의 경기 정점과 저점(기준순환일)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3. 기업 100곳에 설문했더니 40곳은 "좋아졌다", 40곳은 "나빠졌다", 20곳은 "비슷하다"고 답했다. BSI와 그 해석으로 알맞은 것은?
4. 새뮤얼슨의 승수-가속도 모형에서 한계소비성향이 0.8일 때, 가속도 계수를 0.5에서 1.5로 올리면 정부 지출 충격 뒤 소득의 움직임은 어떻게 바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