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같은 달의 고용 통계를 보고 어떤 기사는 "고용률 역대 최고"를, 다른 기사는 "청년 고용 한파"를 제목으로 뽑는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이 장은 고용 동향 한 장에 들어 있는 숫자들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따라가고, 사람을 이 칸에서 저 칸으로 옮겨 보며 헤드라인이 어떻게 갈라지는지 직접 다시 계산한다.
- 15세 이상 인구를 취업자·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누고 실업률·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을 계산할 수 있다.
-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늘면 실업률이 내려가는 이유와, 그래서 고용률과 확장실업률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 취업자 증감이 전년 동월과 비교한 숫자라는 것과 기저효과가 증가폭을 어떻게 키우고 줄이는지 읽을 수 있다.
- 성장률과 실업률을 잇는 오쿤의 법칙, 일자리를 얻고 잃는 흐름이 실업률을 정한다는 생각을 시뮬레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나라 안의 사람을 세 칸으로 나누기
지우가 1월 노트에 옮겨 적은 숫자는 세 개다. 취업자 19.3만명 증가, 실업률 2.8%, 고용률 62.9%. 삼촌 백정호는 숫자를 보자마자 되물었다. "세 숫자의 분모가 다 다른 건 알고 있니?" 고용 통계를 읽는 첫걸음은 이 분모를 구분하는 것이다.
고용 통계는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매달 약 3만 6천 가구를 찾아가 묻는 경제활동인구조사(Economically Active Population Survey)에서 나온다. 조사는 매달 15일이 들어 있는 한 주(조사대상주간)에 각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묻고, 15세 이상 인구를 세 칸으로 나눈다.
- 취업자: 조사대상주간에 돈을 벌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돈을 받지 않고 주 18시간 이상 일한 사람(무급가족종사자), 일자리는 있지만 아파서·휴가로 잠시 쉰 사람(일시휴직자)도 취업자다.
- 실업자: 조사대상주간에 일하지 않았고, 지난 4주 동안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았으며, 일자리가 주어지면 바로 일할 수 있었던 사람. 세 조건을 모두 채워야 한다.
- 비경제활동인구: 둘 다 아닌 사람. 학생, 집안일을 하는 사람, 은퇴한 사람, 취업 준비를 하지만 지난 4주 동안 원서를 내지 않은 사람, 그리고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이 여기에 들어간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한 것이 경제활동인구(Labor force)다. 일하고 있거나 일하려고 나선 사람들이다. 2025년 연간 숫자로 칸을 채우면 그림 1이 된다.
이제 사람을 칸 사이로 옮겨 본다. 아래 띠는 2025년 연간 숫자에서 실업자 주변만 크게 확대한 것이다. 한 칸이 1만명이다. 경계선 두 개를 끌어 사람을 옮기면 세 지표가 다시 계산된다.
사람을 옮기면 실업률과 고용률은 어떻게 움직이나
왼쪽 손잡이: 취업자 ↔ 실업자. 오른쪽 손잡이: 실업자 ↔ 비경제활동인구.
실업률과 고용률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 같지만, 사람이 어느 칸에서 어느 칸으로 옮기느냐에 따라 따로 움직인다. 실업자가 취업자가 되면 실업률은 내리고 고용률은 오른다. 좋은 소식이다. 실업자가 구직을 그만두고 비경제활동인구가 되면 실업률은 내리지만 고용률은 그대로다. 좋은 소식이 아니다. 쉬던 사람이 구직에 나서면 실업률은 오르지만 고용률은 그대로다. 나쁜 소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용 기사를 읽을 때는 실업률 하나가 아니라 고용률과 함께 본다.
실업률이 내렸는데 좋은 소식이 아닐 때
경제학은 일자리를 원하지만 "찾아봐야 없다"며 구직을 그만둔 사람을 실망 실업자(Discouraged workers)라고 부른다. 한국 통계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구직단념자'나 '쉬었음'으로 비경제활동인구에 잡힌다. 실업자 칸에서 빠져나갔으니 실업률은 내려간다. 경기가 나빠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수록 실업률이 낮아 보이는 역설이 생긴다.
2025년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특별한 이유 없이 '쉬었음'이라고 답한 사람은 255.5만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비경제활동인구의 15.8%다 (국가데이터처,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인용 보도). 이들 가운데에는 은퇴 뒤 쉬는 고령층도 많지만, 일자리를 찾다 멈춘 청년도 들어 있다. 같은 해 20대 '쉬었음'은 40만명을 넘었다고 보도되었다. 이들이 다시 구직에 나서면 실업률은 올라간다. 실업률 2.8%라는 숫자는 그만큼 이 사람들의 선택에 기대어 있다.
계절도 실업률을 흔든다. 원계열(계절 조정을 하지 않은 숫자) 실업률은 졸업과 공공 일자리 모집이 몰리는 겨울과 초봄에 높고, 농사일과 건설이 많은 계절에 낮다. 2025년 12월 원계열 실업률은 4.1%로 1년 전보다 0.3%p 올라 12월 기준으로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국가데이터처, 2025년 12월 고용동향 인용 보도). 같은 해 연간 평균은 2.8%다. 12월 숫자와 연간 숫자, 원계열과 계절조정 숫자를 섞어 비교하면 없는 추세가 보인다.
취업자 증감: 왜 1년 전과 비교하나
고용 기사의 첫 숫자는 거의 언제나 "취업자 ○만명 증가"다. 이것은 지난달과 비교한 숫자가 아니라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한 전년 동월 대비(Year-on-year) 증감이다. 이유는 계절이다. 취업자 수는 매년 겨울에 줄고 봄·여름에 늘어난다. 농사와 건설, 졸업과 입학이 같은 달력을 따르기 때문이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계절이 만든 오르내림이 경기의 변화를 덮어 버린다.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면 계절은 서로 지워진다.
대신 대가가 있다. 비교 대상인 1년 전 숫자가 유난히 높거나 낮았다면, 올해의 숫자가 아무리 평범해도 증감은 작거나 크게 나온다. 이것이 기저효과(Base effect)다. 2026년 8월 고용동향 때 정부는 "9월에는 작년 9월 취업자가 31.2만명 늘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증가폭이 다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데이터처·재정경제부, 2026년 8월 고용동향 발표 2026-09-09 인용 보도). 올해 9월에 무슨 일이 생겨서가 아니라, 작년 9월이 높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의 점선이 작년, 실선이 올해의 월별 취업자 수다. 작년의 점을 위아래로 끌어 보자. 올해의 숫자는 하나도 바꾸지 않았는데 아래 막대(전년 동월 대비 증감)가 움직인다.
기저효과: 작년 숫자를 끌면 올해의 헤드라인이 바뀐다
기저효과를 걸러 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계절조정 계열로 지난달과 비교하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는 계절조정 취업자와 실업률도 함께 내지만 기사 제목에는 잘 오르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2년 전과 비교하거나 몇 달의 평균을 보는 것이다. 한 달의 증가폭이 갑자기 크거나 작다면 1년 전 같은 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찾는다. 2026년 8월 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6.1만명 줄어든 것을 국가데이터처가 "작년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읽기다 (국가데이터처, 2026년 8월 고용동향 인용 보도).
확장실업률: 실업률 바깥의 사람들
실업자의 정의는 좁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이고, 지난 4주 동안 원서를 내지 않았으면 실업자가 아니다. 그래서 국가데이터처는 실업률 옆에 고용보조지표(Labor underutilization indicators) 세 개를 함께 낸다. 일하고 싶은 만큼 일하지 못하는 사람을 넓게 세는 지표다. 기사에서 '확장실업률', '체감실업률'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중 가장 넓은 고용보조지표 3이다.
-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 주 36시간 미만 일하면서 더 일하기를 원하고 더 일할 수 있는 취업자. 통계상 취업자이지만 일이 모자란 사람이다.
- 잠재경제활동인구: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하고 싶은 사람. 지난 4주 동안 구직활동을 했지만 당장 일할 수 없었던 '잠재취업가능자'와, 일할 수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잠재구직자'로 나뉜다.
2026년 8월 실업률은 원계열 2.0%였고 확장실업률은 7.6%였다. 청년(15~29세)은 실업률 5.4%, 확장실업률 15.4%였다 (국가데이터처, 「2026년 8월 고용동향」 2026-09-09 인용 보도). 같은 달의 같은 사람들을 다른 그물로 건지면 숫자가 서너 배가 된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그물에 걸리는 사람 수를 바꿔 본다.
같은 달, 네 개의 실업률
확장실업률이 실업률보다 몇 배 높다고 해서 실업률이 "가짜"라는 뜻은 아니다. 둘은 다른 질문에 답한다. 실업률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맞춰 나라끼리 비교할 수 있게 만든 좁은 정의이고, 고용보조지표는 그 정의가 놓치는 사람을 따로 세려고 2014년 11월부터 함께 발표하기 시작한 지표다. 두 숫자의 차이가 벌어지는지 좁혀지는지가 또 하나의 신호다.
누가 일자리를 늘렸나: 고령층과 청년
2025년 취업자 19.3만명 증가를 연령별로 나누면 그림 3이 된다. 늘어난 몫의 대부분은 60세 이상이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34.5만명 늘었고 30대도 10.2만명 늘었지만, 20대는 17.0만명, 40대는 5.0만명, 50대는 2.6만명 줄었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17.8만명 줄어 3년 연속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인용 보도).
이 그림을 "청년 일자리가 노인 일자리에 밀렸다"로 읽으면 반만 맞다. 취업자 수는 인구 × 고용률이다. 한국은 빠르게 늙고 있어 60세 이상 인구는 해마다 크게 늘고 20대 인구는 줄어든다. 고용률이 그대로여도 60세 이상 취업자는 늘고 20대 취업자는 준다. 그래서 연령별 고용 사정은 취업자 수보다 고용률로 비교한다. 2025년 20대 고용률은 60.2%로 전년보다 내렸고, 청년층 고용률도 3년째 내렸다고 보도되었다. 인구가 줄어서만이 아니라 일하는 비율 자체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2026년 8월에도 모양은 비슷했다. 취업자는 18.4만명 늘었지만 60세 이상이 19.1만명 늘었고, 15~64세 취업자는 7.9만명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는 14.3만명 줄고 청년 고용률은 44.1%로 1.0%p 내렸다. 반대로 30·40·50대의 고용률은 올랐다 (국가데이터처, 「2026년 8월 고용동향」 인용 보도). 15~64세 고용률이 70.4%로 8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은, 15~64세 취업자가 줄었는데도 그 연령대 인구가 더 빨리 줄었기 때문이라고 읽을 수 있다.
| 같은 발표, 다른 숫자 | 2025년 연간 | 2026년 8월 |
|---|---|---|
| 취업자 증감(전년 대비) | +19.3만 | +18.4만 |
| 그중 60세 이상 | +34.5만 | +19.1만 |
| 청년층(15~29세) 취업자 | −17.8만 | −14.3만 |
| 실업률 | 2.8% | 2.0% (원계열) |
| 고용률 15세 이상 / 15~64세 | 62.9% / 69.8% | 63.3% / 70.4% |
| 확장실업률(지표 3) | — | 7.6% |
(국가데이터처,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2026-01-14, 「2026년 8월 고용동향」 2026-09-09. 발표를 인용한 보도로 확인. 2025년 연간 확장실업률은 이 책이 확인하지 못해 비웠다.)
성장률과 실업률: 오쿤의 법칙
경기가 나빠지면 실업이 는다. 얼마나 느는가를 처음 숫자로 정리한 사람이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다. 1962년 그는 미국 자료에서 실제 생산이 잠재 생산보다 낮아질수록 실업률이 일정한 비율로 오른다는 관계를 찾았다. 이를 오쿤의 법칙(Okun's law)이라 한다. 법칙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자연법칙이 아니라 경험적인 규칙성이고, 나라와 시기에 따라 계수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이 관계가 느슨하게 나타날 수 있다. 경기가 나빠져도 기업이 사람을 바로 내보내기보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실업자로 남기보다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는 길이 넓기 때문이다. 계수의 크기는 연구와 기간에 따라 다르므로 이 책은 교육용 값을 쓴다.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beta\)를 바꿔 같은 경기 침체가 실업률을 얼마나 움직이는지 본다.
경기가 식으면 실업률은 얼마나 오르나
EC.ECONOMY는 β = 0.4, u* = 3.0%를 쓴다. 한국의 실제 계수는 연구와 기간에 따라 다르다.)오쿤의 법칙은 거꾸로도 쓰인다. 실업률이 갑자기 오르면 아직 GDP 통계가 나오기 전이라도 경기가 식고 있다는 신호로 읽는다. 고용 통계는 GDP보다 한 달 이상 빨리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취업자 증감이 정부의 직접일자리 사업, 고령층 인구 증가, 날씨 같은 경기 밖의 이유로도 크게 움직인다. 고용 숫자 하나로 경기를 판정하지 않고, 산업별(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 취업자와 근로시간을 함께 본다. 2025년에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가 23.7만명 늘었고 건설업은 12.5만명, 제조업은 7.3만명 줄었다 (국가데이터처,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인용 보도).
실업률은 흐름이 만든다
실업자 83만명은 1년 내내 같은 83만명이 아니다. 매달 수십만 명이 일을 그만두거나 잃고 실업자가 되고, 그만큼의 사람이 일자리를 얻어 실업자 칸을 떠난다. 실업률은 고여 있는 물의 높이가 아니라 들어오고 나가는 물이 만든 수위다. 이 생각을 식 하나로 쓰면 이렇다.
이 식에서 두 가지를 읽는다. 첫째, 실업률이 낮은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일자리를 잘 잃지 않거나(s가 작다), 잃어도 금방 다시 찾는다(f가 크다). 같은 3% 실업률이라도 두 경제의 모습은 다르다. 둘째, 경기가 나빠질 때 기업이 해고를 늘리지 않더라도 채용을 줄이기만 하면 f가 떨어져 실업률이 오른다. 청년처럼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가장 먼저 그 영향을 받는다.
들어오는 흐름과 나가는 흐름이 정하는 실업률
실제 노동시장에는 칸이 하나 더 있다. 비경제활동인구다. 실업자가 구직을 그만두면 실업자 칸을 떠나지만 일자리를 얻은 것은 아니다. 앞에서 본 실업률의 역설은 이 세 번째 문이 열려 있기 때문에 생긴다. 경제학은 빈 일자리(구인)와 실업자의 관계를 그린 베버리지 곡선(Beveridge curve)으로 이 흐름의 효율을 따지기도 한다. 빈 일자리가 많은데도 실업자가 줄지 않는다면 사람과 일자리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일자리 미스매치). 청년 고용의 어려움을 설명할 때 정부가 "주력산업 일자리 감소와 AI 확산에 따른 미스매치, 경력자 채용 관행"을 든 것도 이 흐름의 이야기다 (재정경제부, 2025년 연간 고용동향 브리핑 인용 보도).
한국의 실업률은 왜 낮아 보이나
한국의 실업률은 2025년 연간 2.8%, 2026년 8월 원계열 2.0%였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낮은 편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일자리 사정이 그만큼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정의가 달라서가 아니다. 한국도 ILO 기준(1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 4주 구직활동을 하면 실업자)을 따른다. 차이는 사람들이 어느 칸에 서는가에서 나온다.
- 자영업자가 많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실업자로 남지 않고 가게를 열면 취업자가 된다. 한국의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포함) 비중은 2018년 25.1%로 OECD 평균 15.3%보다 약 10%p 높았고 (기획재정부 자료 인용 보도, 2019), 2023년에도 OECD 회원국 가운데 일곱 번째로 높았다 (OECD 통계 인용 보도, 2025).
-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는 길이 넓다. 취업 준비생, 고시 준비생, '쉬었음'처럼 일자리를 원하지만 지난 4주 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실업자가 아니다. 확장실업률과 실업률의 차이가 큰 이유다.
- 흐름이 빠를 수 있다. 앞 절의 식처럼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금방 다른 일(임시직, 자영업)을 시작하면 f가 커지고 실업률은 낮게 유지된다. 일자리의 질은 그 숫자에 담기지 않는다. 나라별 흐름의 크기를 비교한 숫자는 이 책이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라끼리 비교할 때는 실업률보다 고용률을 많이 쓴다. 분모가 인구 전체라서 사람이 어느 칸에 서는지에 덜 흔들리기 때문이다. 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2026년 8월 70.4%로 8월 기준 처음 70%를 넘었다 (국가데이터처, 「2026년 8월 고용동향」). 다만 이 숫자도 일자리의 질(근로시간, 임금, 고용 형태)은 말해 주지 않는다.
고용 동향 다시 계산하기
이제 한 달의 고용 통계를 직접 다시 만든다. 출발점은 2026년 8월 발표값이다. 아래 손잡이로 그달 사람들의 이동을 바꾸면 취업자 증감, 실업률, 고용률(15세 이상과 15~64세), 확장실업률이 한꺼번에 다시 계산되고, 각각의 숫자로 뽑을 수 있는 헤드라인이 아래 칸에 나온다. 같은 달에서 어떤 제목이 나올 수 있는지 본다.
고용 동향 다시 계산하기: 한 달, 여러 개의 헤드라인
같은 사람들의 같은 한 달에서 나올 수 있는 제목은 여럿이다. 어떤 제목이 선택되는지는 그달 가장 크게 움직인 숫자, 기사를 쓰는 쪽의 관심, 앞선 기사들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독자가 할 일은 제목 하나를 믿거나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표의 다른 줄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취업자 증감, 실업률, 고용률, 확장실업률이 모두 같은 쪽을 가리키면 그 제목은 믿을 만하다. 서로 엇갈리면 사람들이 어느 칸에서 어느 칸으로 움직였는지를 찾아야 한다.
"취업자는 늘었다는데, 회사 신입 공고는 왜 그대로일까"
1월 중순, 지우는 고용동향 기사를 노트에 붙였다. 취업자 증가, 고용률 역대 최고. 좋은 소식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우가 일하는 D식품 원료구매팀은 1년째 신입을 뽑지 않았고, 대학 후배들의 단톡방에는 "아직 준비 중"이라는 말이 늘었다. 삼촌 백정호의 질문은 늘 같았다. "언제 기준이고, 무엇과 비교했고, 누가 쟀니?" 지우는 답을 적었다. 2025년 1년 평균, 2024년 평균과 비교, 국가데이터처가 매달 약 3만 6천 가구를 조사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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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하나를 더 물었다. "실업률은 왜 그대로였을까?" 지우는 '쉬었음' 줄을 찾았다. 255.5만명,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다. 일자리를 찾다 멈춘 사람은 실업자 칸이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 칸에 있었다. 지우의 결론은 이렇다. 헤드라인의 숫자는 틀리지 않았지만,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은 60세 이상에게 갔고 청년의 문은 좁아졌다. 자기 일자리는 아직 단단하지만, 3년 안에 집을 살지 판단할 때 "소득이 계속 들어온다"는 가정은 경기와 업종의 고용 숫자를 함께 보며 점검하기로 했다.
핵심 정리
- 15세 이상 인구는 취업자·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로 나뉜다. 실업률의 분모는 경제활동인구, 고용률의 분모는 15세 이상 인구 전체다.
-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늘면 실업률은 내려가고 고용률은 그대로다. 실업률은 고용률, 비경제활동인구('쉬었음'), 확장실업률과 함께 읽는다.
- 취업자 증감은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한 숫자다. 계절은 지워지지만 1년 전 숫자가 유난했다면 기저효과가 증가폭을 키우거나 줄인다.
- 취업자 수는 인구 × 고용률이다. 고령화로 60세 이상 취업자는 늘고 청년 취업자는 줄기 쉬우므로 연령별 사정은 고용률로 비교한다.
- 실업률은 일자리를 잃는 흐름과 찾는 흐름이 만든 수위(s/(s+f))이고, 경기와는 오쿤의 법칙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자영업과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지는 길이 넓어 실업률이 경기에 덜 민감하게 보인다.
확인 퀴즈
1. 경기가 나빠져 실업자 10만명이 구직을 포기하고 '쉬었음'으로 옮겼다. 다른 변화가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2. "9월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3.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 3)이 실업률보다 높은 이유로 옳은 것은?
4. 월 이직률 s가 1%, 월 구직 성공률 f가 24%인 경제가 있다. 흐름 모형으로 본 균형 실업률에 가장 가까운 것은?